OA의 진행 과정, 초기 신호, 속도 조절 등 최신 연구를 소개
“곧 치료제가 나온다니까 기다려야죠?”
최근 OA 환자 커뮤니티에는 이런 분위기도 있습니다.
“NITRO가 성공하면 이제 연골도 재생된다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 아냐?”
하지만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연골 재생 주사에도 혹하게 되는 이유는 당장의 통증의 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이렇습니다.
“그 때까지 당신의 관절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그 때까지 무릎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까요?”
골관절염은 ‘급발진할 수도 있는 질환’입니다
“골관절염의 진행을 시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골관절염의 정의, 골관절염 진행의 정의가 다양하기 때문에 복잡합니다”
– 국제골관절염 연구학회 골관절염 백서, 2016
무릎 관절은 마치 모래사장이 조금씩 구조를 바꾸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골관절염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갑자기 빠르게 변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골관절염 연구학회의 골관절염 백서에서 제시한 연구 자료는 그 변화무쌍함을 보여 줍니다.
예전에 소개드린, 11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미국 골관절염 이니셔티브(OAI) 프로젝트 사례입니다. 골관절염의 증상은 있으나 골관절염 진단은 받지 않은 환자(통증은 있으나 방사선상 KL-2등급 미만의 환자)와 골관절염 증상도 있고 진단도 받은 환자(통증이 있으며, 방사선상 KL-2 등급 이상의 환자)를 약 5천명 선발하여 11년간 추적관찰하는 연구입니다.
KL-0 (1,342) | KL-1 (688) | KL-2 (1,173) | KL-3 (787) | KL-4 (289) | |
신규 골관절염 | 53 (3.7%) | 112 (16.3%) | |||
진행성 골관절염 | 135 (11.5%) | 137 (17.4%) | |||
6년내 전치환술 | 3 (0.2%) | 5 (0.7%) | 33 (2.8%) | 87 (11.1%) | 95 (32.9%) |
신규 골관절염 환자는 연구의 시작 단계인 Baseline 조사에서 방사선학적 골관절염이 KL-2등급 미만 환자 중 4년 후 추적 관찰 시 KL-2등급 이상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진행성 골관절염 환자는 연구의 시작 단계인 Baseline 조사에서 방사선학적 골관절염이 KL-2 등급 이상이었고 48개월 추적 관찰 시 1단계 이상 증가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환자에 따라 진행 속도가 천차만별임을 보여 주는 연구입니다.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전혀 변화가 없는 사람도 꽤나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KL-0인 사람이 6년만에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아야 할 만큼 급속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별도로 다루겠지만, 골관절염의 통증과 방사선학적 골관절염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저속 진행 방법 찾기”입니다.
사람마다 골관절염의 진행 속도가 다를 수 있다면, 저속 진행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 골관절염 연구 학회에서는 골관절염의 고속 진행과 관련하여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은 BMI로 측정한 체지방율이었습니다. 위의 연구에서, 체지방율이 높을수록 6년 내에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은 환자 비율이 높아집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현재 시점에서 추구하고 있는 바는 골관절염의 저속 진행 방법 찾기입니다. 골관절염이 발생할 위험 요인을 알고 조기에 개입하면, 골관절염의 진행 경과를 조금이라도 천천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입니다. 정희원 교수님의 “저속 노화”와 관점이 일맥상통합니다.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할 때
많은 골관절염 연구자들은 골관절염의 진단이 너무 늦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골관절염의 진단은 의사 선생님의 문진과 X-ray 사진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비의료인인 제가 보기에는, 정형외과에서의 골관절염의 진단은 무릎이 아픈 다양한 질병 케이스들을 모두 제외한 나머지라는 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관절의 부상 경력이 있는지, 현재 어떤 통증이 있는지를 하나하나 물어 보시죠? 무릎 통증이 부상에 의한 급성통증인지, 아니면 염증에 의한 급성 염증성 관절염인지 등을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경우의 수를 줄여 나갑니다. 걸음걸이도 보시고, 하지에 대한 신체 검사도 하시면서 십자인대 손상, 반월판 연골 손상등 모든 경우의 수를 줄여 나갑니다. 아마도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까지 하시면 골관절염이구나 싶겠지만, 그래도 X-ray를 찍어서 보시고 최종적으로 골관절염으로 진단을 해 주십시다.
문제는 증상과 임상 징후가 명확한데 X-ray 상으로 골관절염의 징후가 명확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단계에서 생각보다 병원을 많이 찾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몇일 쉬면 괜찮아지던데?” 라는 경험이 우리가 더 빨리 발견할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는 이 블로그를 통해서는 골관절염이 X-ray에서 발견될 때까지 5년~10년 먼저 발생한다는 점을 꾸준히 말씀드릴 것입니다
골관절염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됩니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초기 골관절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방사선학적 경과와 증상적 경과를 설명하기 위한 장기 추적 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CHECK (Cohort Hip and Cohort Knee)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무려 10년간 초기 골관절염 의심 환자를 추적 조사한 연구입니다.
CHECK 연구에서는 시작 시점인 Baseline 부터 2년, 5년, 8년, 10년 후 설문지와 신체 검사, 방사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연구 참여 대상은 당시 45세~65세였으며 무릎이나 고관절에 통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었습니다. 83%는 무릎 통증을, 59%는 고관절 통증을, 42%는 고관절과 무릎 모두 통증이 있었습니다. 기준선에서 참여자의 16%가 무릎에 KL-2 이상의 방사선적 골관절염이 있고, 17% 참여자가 고관절에 방사선적 골관절염이 있었습니다.
즉 모든 참여자는 Baseline 시점에서 통증과 기능 제한을 느끼고 있었지만, 80%의 참여자는 X-ray 상으로는 골관절염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10년차 조사에 이르기까지 평균적으로는 통증의 정도와 기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것이 아니었고, 증상의 변동폭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군이 있었을 뿐입니다.
반면 방사선적 골관절염은 꾸준히 나빠졌습니다. 참여자의 71%가 무릎 방사선적 골관절염을, 60%가 고관절 방사선적 골관절염을 앓았습니다. 참여자 중 무릎이나 고관절에 방사선적 골관절염이 발생하지 않은 참여자는 불과 13.5%였습니다.
즉, 통증은 골관절염의 초기에도 발생하며, 통증이 발생하는 환자의 85% 이상은 X-ray 상으로도 골관절염이 발생한다는 것이니다. 골관절염은 서서히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됩니다.
물론 X-ray상 골관절염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아픈 건 아니지만, 아플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기초한 50세 이상 한국성인의 무릎 골관절염 유병 규모의 추정 이라는 조사 보고서가 2010년에 있었습니다.
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중장년층 중에서 방사선적으로 KL-2단계 이상 골관절염인 환자는 47.3%이나 방사선적으로 KL-2단계 이상이면서 동시에 통증과 기능 이상을 느끼는 증상적 골관절염 환자는 22.1%로 2단계 이상 환자 중에서 심각한 통증과 기능제한을 느끼는 환자는 50%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X-ray 상으로 KL-2단계 이상의 골관절염이 발생하면, 골관절염의 증상인 통증과 기능 제한이 발생할 가능성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골관절염의 저속 진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골관절염의 초기 징후이자 신호인 무릎 통증을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늙으면 다 아픈 것도 아니고, 연골 오래 써서 걸리는 것이 아니고, 이러다 낫는 병도 아니라는 것을 계속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무릎 통증이 발생하면 제발 무시하지 마세요. 그 때가 가장 빠른 시점입니다. 제일 먼저 정형외과를 찾아가서 진단을 받으셔야 합니다.
골관절염의 자가 관리를 위해서는 질병에 대한 지식이 중요합니다.
정형외과에 찾아가도 현재로서는 질병을 늦출 약물이 없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 뚜렷한 해결책을 주시지 않는다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대신 내 몸이 골관절염 발생 리스크가 높다는 것은 확인하실 수 있고, 내가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병을 늦출 묘약은 없지만, 골관절염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면 저속 진행에 대한 방법은 찾으실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무릎 관련 이야기, 골관절염 관련 이야기를 꾸준히 읽어 봐 주시고, 다른 많은 소스를 통해서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골관절염의 1 차적 치료는 운동 개입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제 골관절염 협회, 미국 정형외과 학회, 유럽 정형외과 학회, 영국 왕립 보건원 등 권위있는 모든 의학 단체가 만장 일치로 추천하는 1차적 치료법은 운동 개입입니다. 받아 들이셔야 합니다.
다만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지 않을 뿐입니다. 저희는 검증된 운동 개입 방법인 GLA:D를 소개해 드리면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꾸준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제 골관절염 연구학회의 골관절염 백서 자세히 보기 시리즈>는 이 글로 마치려고 합니다. 이 글을 보시고 질문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로 알려 주시면 열심히 공부해서 또 글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