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질병이 아닙니다.

<국제 골관절염 연구 학회, 골관절염 백서 자세히 보기> 시리즈

by Rafael
마라톤 대회에서 뛰고 있는 참가자의 다리만 찍은 사진

🙍🏻나이들면 무릎은 당연히 아픈 거 아닌가요?

김OO(66세)씨는 퇴직 후 등산을 자주 다니고 있는데, 가끔 무릎이 붓고 걷는 게 힘들어지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서 골관절염이 오나 싶어 네이버에서 검색도 해 보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 봤습니다. 돌아오는 대답들은 “나이들면 다 그래요”, “무릎 연골을 오래 쓰다 보면 마모되는거 어쩔 수 없어” 같은 대답들입니다. 아직 병원은 가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골을 아껴 써야겠으니 등산을 자제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릎 연골은 아껴서 쓰라고 하던데?

정OO(50세)씨는 아마추어 러너입니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매일 뛰면 도가니 나간다며 말립니다. 예전에 러닝을 막 시작했을 때는 간혹 무릎이 아프곤 했는데, 지금은 무릎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심 좀 찜찜합니다. 체중도 잘 빠지고, 뛰는 게 너무 즐겁기도 한데, 연골이 마모된다고 하니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도 뛰러 나갑니다.

👻연골에 내구 연한이 있다는 통념

위의 2분의 질문은 공통적으로 연골에 내구연한이 있으니 아껴서 사용해야 하고, 나이 들면 내구연한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무릎 아플 수 밖에 없다는 통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오래 쓰면 마모되고, 파열되는게 당연하다는 통념은 상식적인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통념이 의료계마저 지배하고 있던 생각이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국제의료계에서도 이 통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골관절염을 연골 마모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없을 거예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연골의 마모는 골관절염의 진행 경과이지 원인이 아니다”라는 것이 현대 의학의 결론입니다.


얼마전 유퀴즈에도 나오신 유명한 “달리는 재활의학과 의사 선생님”, 서울대병원 정세희 교수님도 이 점을 엄청 강조하세요. 정세희 교수님의 블로그를 소개해 볼께요. 달리기가 퇴행성 관절염, 무릎관절염을 유발한다는 믿음

내용을 요약하면, 취미로 달리는 아마추어 러너, 전문 엘리트 러너, 달리기를 하지 않고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 중 어떤 그룹이 골관절염 발병률이 높아지냐는 연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매일 10킬로미터를 달리는 교수님께 주변에서 워낙 무릎 나간다는 말씀을 하셔서, 작심하고 쓰셨나 봐요.

이 연구는 1회성 소규모 연구가 아닙니다. 무려 17개 연구에서 11만명 이상의 참여자 데이터를 추적해서 수집한 메타 분석 연구였습니다. 결과는 아마추어 러너의 골관절염 발생 비율은 3.5%, 전문 엘리트 러너는 13.3%, 달리기를 하지 않고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의 비율은 10.2%였습니다.

취미로 하는 달리기는 무릎 연골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엘리트 러너의 골관절염 비율이 높은 것은 달리기 때문인지, 무릎 부상 때문이지는 확실하지 않다.

같은 블로그에서 정세희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이미 무릎 골관절염이 있으면 달리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에 대한 연구도 흥미롭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 골관절염 이니셔티브 (OAI) 라는 유명한 추적 관찰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가 골관절염의 예방 및 치료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 11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입니다. 골관절염의 증상은 있으나 골관절염 진단은 받지 않은 환자(아프지만 방사선상 KL-2등급 미만의 환자)와 골관절염 증상도 있고 진단도 받은 환자(아프고 방사선상 KL-2 등급 이상의 환자)를 약 5천명 선발하여 11년간 추적관찰하는 연구입니다.

정세희 교수님이 언급하신 연구는 KL-2등급 이상을 받은 50세 이상 환자 중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환자와 달리기를 하지 않는 환자들을 비교하여 골관절염이 악화되었는지, 통증 정도가 악화되었는지를 관찰한 연구입니다. 결과는 달리기를 하는 환자들이 달리기를 하지 않는 환자 대비해서 골관절염이 더 악화되지 않았고, 통증은 더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자들은 골관절염 환자에게 달리기가 해로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외의 결과에 놀라워 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결론을 내었습니다

무릎 관절염이 있어도 달리기를 계속해도 된다.
50세가 넘었고 무릎 골관절염이 있어도 달리기로 인해 골관절염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는다.

🏥국제골관절염 연구학회의 골관절염 정의

저는 항상 정파를 지향하기 위해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의료단체를 찾아갑니다. 골관절염 연구의 최고 정점은 국제 골관절염 연구학회입니다. 과학자들이라 말이 엄청 어렵지만 인용을 해 봤습니다.

골관절염은 움직이는 관절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disease)으로, 미세 및 거시적 손상으로 인해 세포 스트레스와 세포외 기질의 분해가 발생하며, 이는 선천성 면역계의 염증성 경로를 포함한 부적응적 수리 반응을 활성화합니다. 이 질병은 먼저 분자적 이상(관절 조직 대사 장애)으로 시작되어 해부학적 및/또는 생리학적 이상(연골 분해, 골 재형성, 골극 형성, 관절 염증 및 정상 관절 기능 상실)로 진행되며, 환자의 고통(illness)은 정점으로 치닫게 됩니다. 증상은 관절 통증, 부기 및 경직으로 특징지어지며, 이는 활동 제한, 참여 제한, 수면 방해로 이어집니다.

이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릎 관절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관절의 대사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좋해 주세요. 하여간 한마디로 정의하면 ”골관절염은 대사질환이다“ 입니다.

  1. 골관절염은 관절 조직 전체에 대사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2. 대사 장애의 결과로 연골이 분해되고, 뼈가 지마음대로 자라고, 염증 등이 발생한다.
  3. 결국 정상 관절의 기능인 힘의 전달과 충격의 완충이라는 제 기능을 잃게 된다.
  4. 이로 인해 통증과 더불어 신체활동이 제한되는 장애를 가지게 된다.

대사질환이라고 하면 떠 오르는 질병하면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같은 질병이 떠오르시지 않나요? 이 같은 질병들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방법은 어떤가요?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약을 먹나요? 아니죠. 미리 관리하라고 권장하죠? 운동, 식이 개선, 체중 조절 같은 자가 관리가 떠오르시죠? 그리고 더 빨리 진단되고 더 빨리 개입하고 관리할수록 좋다는 통념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국제 골관절염 연구 학회가 골관절염을 대사 질환이라고 정의한 것을 더 빨리 조기에 진단되고 더 빨리 개입하고 관리하면 위험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연골 마모 질환이라는 통념이 무서운 이유

연골 마모 질환이라는 통념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관절의 대사 관련 글을 읽으시면 더 많이 이해됩니다.

연골 마모 질환이라는 통념은 아프기 시작하면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우리를 몰아갑니다. 의사 선생님이 운동하시라 하시면, 우리도 모르게 운동의 범위를 좁히게 됩니다. 관절에 하중을 주지 않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요. 결국 수중 에어로빅, 레그 익스텐션 정도 밖에 잘 생각이 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연골 대사에 가장 위험한 적은 연골에 하중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연골은 움직여야 대사 활동이 진행되거든요.

레그익스텐션 운동을 하는 모습

연골 마모 질환이라는 통념의 위험성은 “관절과 연골은 어떻게 대사하는지”를 이해하시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관절과 연골은 어떻게 대사하는가? “라는 주제로 다음 번에 찾아 뵙겠습니다.

이 글은 <국제 골관절염 연구 학회, 골관절염 백서 자세히 보기> 시리즈의 1편입니다. 이어서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2편. 왜 골관절염은 ‘심각한 질환’인가?
3편. 골관절염은 왜 ‘기다리는 병’이 되었나?
4편. 미국 정부가 움직인다 – 골관절염을 되돌리기 위한 실험
5편. 지금 필요한 자세 : 통증을 신호로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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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관절과 연골은 어떻게 대사하나? – 올리즈 공식 블로그 2025-06-24 - 1:31 오후

[…] 번 “골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질병이 아닙니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골관절염은 대사 질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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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골관절염은 ‘심각한 질환’인가? – 올리즈 공식 블로그 2025-06-29 - 3:08 오후

[…] 골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질병이 아닙니다.2편. 왜 골관절염은 ‘심각한 질환’인가?3편. 골관절염은 왜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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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관절염은 왜 ‘기다리는 병’이 되었나? – 올리즈 공식 블로그 2025-06-29 - 3:08 오후

[…] 골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질병이 아닙니다.2편. 왜 골관절염은 ‘심각한 질환’인가?3편. 골관절염은 왜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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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움직인다 – 골관절염을 되돌리기 위한 실험 – 올리즈 공식 블로그 2025-06-29 - 3:09 오후

[…] 골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질병이 아닙니다.2편. 왜 골관절염은 ‘심각한 질환’인가?3편. 골관절염은 왜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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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자세 : 통증을 신호로 받아들여야 – 올리즈 공식 블로그 2025-06-29 - 3:10 오후

[…] 골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질병이 아닙니다.2편. 왜 골관절염은 ‘심각한 질환’인가?3편. 골관절염은 왜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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